LG화학, 진단의료 사업 접는다…신약 '올인'

입력 2023-03-12 18:00   수정 2023-03-20 20:15

LG화학이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에서 손을 뗀다. 1986년 진단시약 연구개발(R&D)을 시작한 지 37년 만이다. 수익성이 낮은 분야인 데다 시장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속도전에서 번번이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은 항암제 등 혁신 신약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체외진단 사업 매각 추진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진단업체가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LG화학은 1990년대부터 체외진단 사업을 해왔다. 알레르기 반응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테스트하는 각종 진단시약 및 유전자증폭(PCR) 장비 사업이 주력 분야다. 6년 전 충북 오송에 진단시약 공장을 짓고, 2019년엔 미국 바이오기업의 분자진단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사업 확장을 추진해 왔다.

LG화학의 지난해 진단 사업 매출은 400억원대로 추산된다. 9100억원 수준인 생명과학사업본부 매출의 4%에 불과하다. LG화학으로선 계륵 같은 사업 부서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진단 사업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특수 놓친 게 ‘화근’
진단시장은 순발력 있는 시장 대응이 승패를 좌우한다.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코로나 PCR 진단시약 판매 허가를 받았다. 신속진단키트는 2021년 5월이었다. PCR 진단 분야에선 씨젠 등이, 신속 진단 분야에선 에스디바이오센서 등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터진 직후인 2020년 2월 신속 허가를 받은 것에 비해 한참 늦었다. 정식 허가 기준으로 LG화학의 PCR 제품은 국내에서 허가받은 52개 제품 중 46번째였고, 신속진단키트는 24개 제품 중 12번째였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진단 사업은 시장 변화가 다이내믹하다”며 “생산설비와 자본력까지 갖춘 LG화학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패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진단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LG화학이 사업 철수를 선택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혈액으로 암,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진단하는 액체 생검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영상을 판독해 암을 진단하는 시장이 뜨고 있다. LG화학은 진출하지 않은 분야다.

수젠텍, 피씨엘, 프로테옴텍 등 LG 출신 인물들이 국내 진단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에만 10년 넘게 걸리는 신약 사업과 시장 변화가 빠른 진단 사업을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LG화학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왔는데도 이를 잡지 못하다 보니 우수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항암제 등 신약 개발 집중
진단 사업을 접는 LG화학은 신약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2025년까지 1조원 이상을 신약 R&D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미국 바이오텍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5억7100만달러(약 7072억원)에 인수하는 등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바이오 사업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오송에 임상용 의약품 전용 생산 공장도 지었다. 오송 임상 전용 공장 건설에 630억원을 투입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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