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1990년대부터 체외진단 사업을 해왔다. 알레르기 반응과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테스트하는 각종 진단시약 및 유전자증폭(PCR) 장비 사업이 주력 분야다. 6년 전 충북 오송에 진단시약 공장을 짓고, 2019년엔 미국 바이오기업의 분자진단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사업 확장을 추진해 왔다.
LG화학의 지난해 진단 사업 매출은 400억원대로 추산된다. 9100억원 수준인 생명과학사업본부 매출의 4%에 불과하다. LG화학으로선 계륵 같은 사업 부서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진단 사업 매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진단 사업은 시장 변화가 다이내믹하다”며 “생산설비와 자본력까지 갖춘 LG화학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게 패착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진단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LG화학이 사업 철수를 선택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혈액으로 암, 알츠하이머 치매 등을 진단하는 액체 생검과 인공지능(AI) 기술로 영상을 판독해 암을 진단하는 시장이 뜨고 있다. LG화학은 진출하지 않은 분야다.
수젠텍, 피씨엘, 프로테옴텍 등 LG 출신 인물들이 국내 진단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주목할 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에만 10년 넘게 걸리는 신약 사업과 시장 변화가 빠른 진단 사업을 병행하면서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LG화학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가 왔는데도 이를 잡지 못하다 보니 우수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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